
마이클(Michael)
2026.05.15
⭐️2.5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오랫동안 사랑했지만 퍼포먼스 영상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잘 몰랐다. 그러나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의 완전히 미친 팬으로써 이번 영화가 너무 기대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청 대단하고 감동이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 마따나 영화적으로 어떠한 야심이 보이는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 그저 그런 상업영화 그자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였다. 그러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퍼포먼스 때문이다.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아주 높게 평가한다. 영화적으로 무언가 덜떨어진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일단 내가 어렸을때 극장에서 보았을때 아주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오래오래 내 가슴 속에 남아있는 영화다. 한 스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원래 영화적으로 잘 만들기 어렵다곤 해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보통 기준 이상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시작부터 밴 퀸으로서의 도약, 그 이후 그의 흥망성쇠, 에이즈 발병, 바닥까지 갔다가 정신차리고 밴드로 돌아와 큰 무대로 다시 선 것까지. 그 모든 과정들이 아주 매끄럽게 이어져 완벽한 영화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피날레를 장식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재현까지!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재현은 내가 영화관에서 경험했던 전율 중 가장 아름다운 전율을 선사했다. 그렇게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로 음악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 <마이클>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했을때 너무 아쉬운 점들이 많다. 일단 가장 중요한 콘서트 재현이다. 물론 공연 재현은 정말 뛰어나게 잘했다. 전부터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가 배우출신도 아닌 마이클의 조카 자파르 잭슨이 한다고 했을때 싱크로율은 이미 보장이 되었겠구나 했다. 역시 뛰어났다.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 영상을 제대로 본적 없는 나로서는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마이클 잭슨의 실제 퍼포먼스 영상을 찾아보았을때 자파르 잭슨이 어느 경지를 뛰어넘어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마이클 잭슨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오직 자파르 잭슨의 열연만을 위해 기립박수를 치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가장 많이 남았던 아쉬움은 다름 아닌 공연 장면들이었다. 재연은 뛰어났으나 공연 장면 내내 공연의 진짜 주인공인 마이클의 모습을 제대로 잡지 않고 자꾸 청중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줬던 것이다. 잠깐 잠깐 그 공연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기 위해 열광하는 팬들을 보여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너무 과했다. 보다가 짜증이 나고 지칠 정도였다. 나는 팬들을 보려고 돈내고 영화를 보러 온 것이 아닌데 가장 하이라이트되는 공연 장면에서 마이클 한번 관객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보여줘서 화가 솟구쳤다. 짜증이 나는 것과 별개로 공연하는 사람이 아닌 청중을 비슷한 비율로 보여주니까 관람객 입장에서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관객을 그렇게 많이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도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효과는 마이너스였다.
또 아쉬웠던 점은 스토리다. 주변에서 영화 어땠냐고 물어봤을때 항상 하는 말이 '재미없다'다. 정말 재미가 없다. 재미가 단 1도 없어서 잠이 온다. 공연 장면을 제외한 모든 장면들이 재미가 없다. 영화 편집 방식도 올드하다. 그래서 영화적으로 최악인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어떤 의도가 숨어있고 그 다음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 지 하나도 흥미롭고 궁금하지 않은 구성이었다. 이렇게나 재미없게 만들었는데 더 어이없었던 것은 실제 있었던 일들을 왜곡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대한 것에 비해 너무 별로였던 내용이기도 하고 마이클 잭슨의 실제 생애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찾아봤는데 영화가 마이클 생애의 딱 반절만 다뤘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이것은 법적 관련 사항들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래서 중간에 통편집을 했다고 들었는데 몇백억자리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런 사항들까지 속속히 알아보지 못한 제작진들이 한심하게 느껴지긴 한다.. 처음부터 잘 알아보고 그것을 감안해서 스토리 라인을 구성했다면 훨씬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영화가 전반적으로 아버지를 악인으로 그리고 아버지에 대항하는 마이클+그를 지지하는 형제들, 어머니 이렇게 진행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마이클 잭슨이 왜 솔로가수로 활동하고 싶어했는지, 그가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어떻게 일구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도움을 줬는지, 어떤 것이 자극제가 되었는지 상세히 나오기를 바랐지만 이런 요소들이 완전히 배제되어있었다. 영화를 보면 그냥 마이클 잭슨이 나이를 먹으면서 갑자기 솔로전향을 하고 싶어한 것처럼 나오고 퀸시 존스를 어떻게 만났는지도 안나오고 <오프더월>이 그 다음 앨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작곡 과정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가 다 생략이 되어 그냥 마이클 잭슨이 내림받아서 뚝딱 곡 하나 완성 한 것처럼 나온다. 이게 영화적으로도 재미없게 느껴지고 궁금증을 유발하지도 않아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퀸 멤버들이 시골에 쳐박혀서 히트곡 하나 뽑아낼려고 허구한 날 싸우고 고민하고 하나 만들고 나서도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녹음하며 노력하는 장면들이 나와 그들이 어떠한 성공을 이루어냈을때 보는 관객들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마이클>은 이러한 매력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다 생략해 영화가 밋밋하고 평범하게 느껴졌다. 또 왜곡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아버지가 마이클을 투어에 강제로 참여시킬려고 압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형제들도 같이 합세했다는 사실이 쏙 빠져있었다. 영화를 보면 마이클과 형제들은 공연 전에 서로를 북돋아주고 마이클이 빅토리 투어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공연 중에 갑자기 발표했을때도 다른 형제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받아쳐주는데 실제로는 형제들이 마이클 잭슨을 시기질투하고 심지어 그 중 한명인 저메인 잭슨은 마이클을 저격하는 노래까지 냈다는 사실은 쏙 빼놓은 채 나쁜 아버지에게 대항하는 사이 좋은 형제들 프레임을 만들어내서 웃겼다. 아버지 조 잭슨과의 밴드 활동과 관련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 다른 형제들은 마이클 잭슨의 수익을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까지 했다던데 염치도 없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가 잭슨 형제들이고 주연이 저메인 잭슨의 아들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파렴치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마이클 잭슨은 죽고 나서도 형제들에 의해 이용당하고 돈 벌어먹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게 씁쓸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어쨋든 이런 것들까지 더해서 마이클 잭슨이 여러 히트 앨범을 만들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있게 구성해 만들어낼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앞에서 언급했듯 나는 마이클 잭슨이란 인물을 잘 알지 못하고 노래만 좋아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니 물론 왜곡된 부분들이 아주 많기는 하지만 하나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클 잭슨이 더할 나위없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정말 꾸밈없이 따스하고 착한 사람이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사람이 아주 어린 나이때부터 아버지한테 학대를 당하며 밴드 활동을 강요당하고 그로 인해 평범한 학교 생활이나 유년기를 보내지 못해 또래 친구 한 명도 없이 외로운 생애를 보냈고 성공 이후에도 화상사고, 성추문, 피부색 논란 등 각종 루머에 고통 받아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욱 끔찍이 고통스럽다. 왜 세상은 다정한 사람이 살기 힘든 모양세일까. 영화를 보고 마이클 잭슨의 생애에 더 관심이 생겼고 마이클 잭슨이라는 가수가 더 좋아졌다. 단순히 노래만이 아니라 그의 퍼포먼스, 팝문화에 끼친 지대한 영향들, 그의 따뜻한 마음씨 등 그의 모든 점이 내 가슴에 깊게 와닿는다. 이 영화의 다른 문제점을 모두 흐린눈 하고 생각한다. 마이클 잭슨은 분명히 자신의 조카가 자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벽 그 이상으로 재현해냈고 그로 인해 2026년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마이클 잭슨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뿌듯해 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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